그 결과 전월세 세입자들은 물론, 개발 조합원들 역시 추가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분양 후 발생하는 이익에서 배제됐다. 진정한 시세차익은 개발 이후 건축물을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산층 이상 계층이 향유했으며, 서민들은 개발 광풍 속 주거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소유와 투자의 성격이 짙은 민간개발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개발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좀 더 나은 환경의 거주와 단계적 소유욕을 위한 개발은 민간기업과 조합에게 맡기되, 공공개발은 정부가 직접 기관을 설립해 운영해야 진정한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철거민협의회 이호승 대표는 “주택에 대한 소유와 주거의 개념을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주택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공공임대만 확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소유 주택은 민간과 시장에 맡기고 주거의 개념은 주택청이나 공단을 만들어 정부가 직접 맡아야 한다. 정말 돈이 없는 사람들도 자기의 집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투기에 매몰되지 않는 개발을 위해 주거의 공적 부문이 강화돼야 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 역시 절반 수준의 자가 보유율과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이름의 사회주택 제도를 도입해 국민들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사회주택은 임대주택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취약계층만 선별적으로 입주시키는 한국의 공공주택과는 차이가 있다. 누구나 입주할 수 있고 거주 문화와 공간도 획일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택을 구입하기 전 주거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시민 다수가 선호하는 거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주택금융공사의 ‘유럽국가의 사회주택 현황과 지원정책에 관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사회주택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영국 등에서 활성화 돼 있으며 ▲주거 빈곤층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일정비율 이상 확보 ▲공공정책에 대한 지역 차원에서의 강한 연대 ▲퇴거 걱정 없는 안정적인 거주 ▲양질의 주택 ▲수혜자의 능동적 참여에 의한 서비스 등을 특징으로 갖는다. 또 유럽의 사회주택 공급은 공공기관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중앙정부, 지방정부, 비영리단체, 영리단체 등 공급 주체가 다양하다. 특히 프랑스나 네덜란드는 비영리단체를 통한 사회주택 공급이 2016년 기준 각각 100%, 81%를 차지하고 있어 투기나 시세차익을 위한 자본이 끼어들 여지가 적다.
대신 정부는 사회주택 사업을 수행하고자 하는 시행자에게 토지임차, 자금융자, 조세감면 등의 혜택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민간자본을 활용하면서 재정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고 비영리사업자는 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세입자는 저렴한 임대료를 통해 주거 안정을 보장 받고 퇴거의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주택 개념이 도입돼 공급이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 빈집형 246세대, 리모델링형 411세대, 토지임대부형 863세대 등 1520세대에 불과해 총 가구의 20% 내외가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유럽과는 차이가 큰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들은 관련 연구를 통해 “재정 부담으로 공공부문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에는 한계가 있고 품질에 수요자의 불만도 있다”라며 “서울시를 중심으로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집행되고 있지만 기금재원 고갈, 사회주택 사업자의 재정마련을 위한 장기·저리 금융상품 부족, 사회주택 임차인을 위한 지원체계 미비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