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판자촌이 사라져도 빈곤은 남는다.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면 도시의 미관과 상권이 정비되고 아파트를 분양 받은 누군가는 투자 수익을 얻기도 하겠지만, 원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구룡마을 주민들은 보증금, 임대료, 관리비 부담 등의 이유로 임대 아파트 입주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원주민 재정착’이라는 구룡마을 개발의 첫 번째 목표가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이 같은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개발지역에 창업지원센터, 재활용센터, 마을공방, 공동작업장, 공동식당, 공공복합시설 등 자족기능 및 소득창출이 가능한 공간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수익활동의 기회를 주고 재정착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70대 전후의 고령층에 접어든 노인을 대상으로 창업지원센터, 마을공방 등의 소득창출 공간이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임대아파트로 가면 임대료 내야지 관리비 내야지 만만치가 않다. 고정 수입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여기 500가구가 산다고 하면 80% 이상이 수입이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행정적으로 이정도면 잘해주는 거 아니냐 싶고, 임대 주고 내보내면 편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연세들도 많고 코로나 정국에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할까 싶다”라며 “사는 문제 걱정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주민들이 앞으로 (임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살아가기는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