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자료를 직접 접한 바 있다는 손 교수는 책을 통해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1970년 경 평당 5100원의 가격으로 24만8368평의 토지를 매입했고, 이후 1971년 5월까지 3배 이상 상승한 평당 1만6000원의 가격에 18만평 가량을 매각해 20억원의 정치자금을 마련했다고 기술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밖에도 강남권 개발을 위해 영동 구획정리 지구를 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국세와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도시계획세, 면허세 등의 지방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 지나친 특혜 조치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지구 제도를 도입해 토지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고속버스터미널, 대법원, 검찰청 등의 공공시설 인프라는 물론, 명문 고등학교들을 강남으로 이전시킴으로서 이른바 8학군이 형성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 연구에서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이 한국사회에 남긴 유산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 ▲토건국가 시스템 ▲지대추구 사회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전 교수는 “1960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기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시대 지주들은 토지 매매를 통한 자본이득보다는 소작료 수취에 몰두했고, 해방 후에도 한 동안은 토지는 이용의 대상이었지 투기의 대상은 아니었다”라며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은 이런 땅을, 국민 대다수가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쓸리며 부동산 불패신화를 신봉하고 강남을 부러워하는 탐욕의 땅으로 바꿔버렸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 기조는 이후 더욱 심화됐다. 그리고 그 여파는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에 따른 고도성장과 함께 아파트 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사 갈 곳을 구하지 못한 전월세 세입자들 십수명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종인 전 국회의원이 5대 재벌그룹의 기조실장들을 불러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신도시, 뉴타운 등으로 이어진 대규모 도시 개발 행진은 재산 증식을 위한 부동산 투기 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실제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2017년 기준 12억300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400배에 달하는 넓이로 2007년 4억1000만평과 비교해도 8억2000만평이 늘어났다. 다주택보유자들 역시 같은 기간 3.2채에서 6.7채로 보유 주택을 늘렸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상위 1%에서 10% 이내의 상위 다주택보유자들이 대부분의 주택을 독식한다. 이러한 고장난 공급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없는 주택공급 확대는 다주택보유자들의 주택보유수만 늘려줄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의 도시개발 체계가 부동산 투기를 방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